인민군에 포위됐던 '건봉산 소작봉' 전투

6.25 정전 70주년 내가 겪은 6.25 전쟁 ①

수색대원 9명 적진에 침투

사방에서 인민군 총알 '빗발'

칠흑같은 어둠 속 탈출 시도

5명 전사, 4명 살아서 귀환

아흔 넘어도 당시 기억 '생생'


2023년은 6.25전쟁 정전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부산진구(복지정책과)에서는 정전70주년을 기념하여 부산진구에 거주하시는 참전유공자들이 직접 겪은 전쟁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하여 희생과 헌신의 역사와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합니다. 본 기사는 부산진구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정식현님의 구술을 요약한 것입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한 봉우리인 건봉산, 그 자락에 있는 소작봉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대결 중 하나로 꼽히는 '건봉산지구 전투'가 치러졌던 전적지다. 부산진구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이신 정식현 선생(92세)은 "6.25 때 이 일대에서 싸우다가 포탄에 맞고 생긴 흉터가 아직도 또렷한데 올해가 벌써 정전 70주년이라니 전쟁 때 기억이 생생해 감회가 새롭다"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92세 현재 정식현 씨)


정식현 선생은 1931년 생으로 1952년 10월 만20세가 되던 해에 입대하였다. 전쟁이 발발하고 얼마 뒤 인민군이 동네를 장악했고 청년들을 강제 징용하였다. 어느 날 인민군 소대장이 청년들을 학교에 모아놓고 여기 모인 사람 중 자발적으로 온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자 정식현 선생과 청년 두서넛을 제외한 모두가 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소대장이 낯빛을 달리하며 정식현 선생을 향해 "너희들은 집에 가 있어!" 라고 소리쳤다. 선생은 '이제 총살 당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20세 당시 정식현 씨)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지내던 중 1952년 10월경 국군에 입대하게 되었고, 제주도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뒤 1953년 2월말 최초로 전투에 투입되었다. 정식현 선생은 배정받은 부대가 최전선이었다면서 "21사단 65연대 1대대 3중대 1소대 1군대로 건봉산 소작봉 전투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며 92세의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정확히 기억하셨다.


"그때 인민군이 소작봉에 좌악 깔렸는데, 분대장을 포함해서 수색대원 9명이 밤에 적진에 들어갔어, 물론 나도 그중 한명이었고. 그런데 우리가 포위를 당한 거야. 사방에서 사격을 해대는데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지. 더군다나 나는 훈련소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최전선으로 배치되었으니 경험도 없었고. 진짜 죽을 맛이었지. 그래도 어쩔 거야. 죽기 아니면 살기니깐. 살아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고. 우리 9명은 뿔뿔이 흩어졌지. 같이 갈수도 없었고 전우를 챙길 겨를도 없었어, 그저 내 목숨하나 부지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 겨울이었는데 최전방이니 어땠겠어. 눈물 콧물 범벅에, 칠흑 같은 어둠에, 추위에, 공포에 그렇게 끔찍한 상황이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지금 생각하면 악몽 같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실제로 겪은 게 맞나 싶기도 해. 땅바닥을 기어 다녔고 주변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몸을 숨겼지. 내 몸이 어디론가 가는데 이 길이 적군진영인지 국군진영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갔지. 내가 어떻게 국군 진영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몰라. 다행히 국군진영으로 돌아갔지, 나를 포함해서 살아 돌아온 전우가 4명이더라고, 5명이 돌아오지 못했어. 그렇게 하루하루가 생사의 갈림길이었어. 하동 고향에서는 난리가 났지. 편지 한통 보낸 적 없었거든. 살아있다는 편지를 써도 그 편지가 하동집까지 전달되기까지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 사이 내가 죽으면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상심하시겠어. 그래서 차라리 편지를 하지 말자고 결심했지. 내가 살아서 돌아가니 동네에서는 난리가 났어. 나는 죽었다고 소문이 나있더라고. 그때가 스물이었는데 지금 내 나이가 92살이네. 이제 정말 죽을 때가 된 거지."


고향 하동에서 부산진구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는 정식현 선생은 말씀 도중에 몇 번이고 눈물을 찍어내시며 팔의 상처를 만지셨다. "내 몸에 이렇게 선명히 남아있는 전쟁의 상흔을 어찌 잊을 수 있고 그 세월을 말로 다 풀 수 있겠냐"고 하시면서 "그때 많은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으면 지금 대한민국도 없어. 전후세대가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 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당부 말씀을 남기셨다.


정식현 6.25참전유공자회 

부산진구회장 구술 요약


6.25 전쟁에 참전은 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을 찾습니다. 

많은 관심과 연락 바랍니다. 


문의:복지정책과 복지정책계(605-4313)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