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에 강해 가로수로 많이 심는 '양버즘나무' / 꿀이 많아 양봉산업의 중심 나무 '아까시나무'

나무이야기 / 나무칼럼니스트 김광식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바람이 온 세상을 흔들어 깨운다. 봄 햇살과 바람결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파릇파릇한 초록빛이 조금씩 돋기 시작하는 봄이다. 낮에는 따스한 봄기운이 고개를 내밀다가도 밤이 되면 지나간 줄 알았던 겨울의 그림자가 목덜미를 훑는다. 물오른 붉은 가지와 녹색 가지로 생명을 틔우고 움을 틔워 초록빛 물감을 풀어 수줍게 설렌다. 봄은 기분 좋은 떨림에 미소가 절로 나고 쪽빛하늘 두둥실 떠다니는 흰구름도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고운 계절이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향기로우니 봄은 정녕 꿈의 계절이다. 


양버즘나무에 대해 알아본다. 양버즘나무는 버즘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키는 50m, 지름이 1m까지 이른다. 버즘나무보다 추위에 강하고 나무껍질이 보다 작은 조각으로 떨어지며 맹아력이 강하다. 꽃은 암수 한 그루로 3월말부터 5월에 피고 수꽃은 검은 빛이 도는 적색으로 가지 옆으로 피며 암꽃은 연한 녹색이 가지 끝에 달리는 꽃차례로 핀다. 



(양버즘나무)


전 세계에 분포하는 버즘나무 속에는 10여종의 양버즘나무가 있으며 국내에는 서남아시아 및 남유럽 원산인 양버즘나무와 두 종의 잡종인 단풍 버즘나무 등 3분류군이 식재되어 자란다. 양버즘나무는 공 모양의 열매가 가지 끝에서 1∼2개 달리고 잎 중앙 열편의 세로가 가로보다 짧으며 턱잎 길이가 1㎝ 미만인 버즘나무와 구분된다. 대기오염에 강하고 생장이 빠르며 천정이 잘된다. 충해에는 약하고 토심이 깊고 배수가 양호한 사질양토를 좋아하며 전국의 도로나 공원의 가로수, 녹음, 완충용으로 많이 심는다. 꽃말은 '천재'이다.


다음은 아까시나무다. 콩과에 딸린 낙엽교목으로 잎과 꽃이 다른 콩과의 식물과 비슷한 점이 많다. 잎은 9∼10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겹잎이다. 꽃은 흰색이고 5∼6월에 한 가지에 많은 꽃이 붙어서 핀다. 9월이 되면 콩과 같은 열매가 달린다. 꽃에서 꿀을 얻고, 잎은 가축의 먹이 등으로 쓰인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전 세계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아까시나무)


표준어로는 아까시나무가 맞다. 1900년대 초 일본이 우리나라의 헐벗은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서 아까시나무를 처음 들여와 그때 이름을 잘못 알고 아카시아 나무라 불렀는데 아카시아나무는 아프리카 등 더운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다. 


아까시나무는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자라는 속도도 빠르다. 해방 후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민둥산에 아까시나무 심기를 권장했는데 무엇보다 가장 요긴한 쓰임새는 꿀이다. 우리나라에서 채취되는 꿀의 70% 이상을 아까시나무에서 얻고 있어 양봉산업의 중심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아까시는 추억이 많은 나무다. 가는 줄기를 톡 꺾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먼저 이파리를 한 개씩 떼어내고 마침내 줄기만 남은 사람이 이긴다. 또 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린 아까시 꽃을 먹기도 했다. 꽃말은 '우아함', '아름다운 우정'이다.


이 봄, 아름다운 우정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다. 인간의 정(情) 중에 가장 순수한 감정이다. 무릇 인간관계가 아름답고 진실하게 지속되려면 거기에는 순수한 우정이 받쳐주어야 한다. 내가 먼저 배려하고 감사하고 베풀어야 한다. 진정한 우정으로 남고 싶다면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고 내가 먼저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 아름다워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까이 느껴져야 한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를 높일 줄 아는 가슴에 남는 우정이 진정한 우정이다. 나는 아름다운 우정을 가진 친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