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포토 에세이

(이무현 / 사진가)


이른 아침 큰 미루나무가 산을 넘어온 해를 품자 부챗살 같은 빛무리가 들판에 내려앉는다.


겨우내 시끄럽던 철새들도 떠나고 고즈넉한 습지에는 물안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 자체가 한 폭의 수묵화다. 


들판이 연둣빛으로 변하고 바람 스치는 마른 가지에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초록 이파리의 떨림이 신비로운 계절이다. 


날씨 청명한 3월의 끝자락,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바람의 손을 잡고 황금 아지랑이 사이를 걷는 행복을 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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